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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실패 후 휴식기 체크리스트

by 40대 후반의 시험관 도전기 2025. 6. 28.

시험관 실패 후 휴식기 체크리스트 인포그래픽

시험관 시술이 실패로 끝난 날, 제 마음은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당분간 휴식을 권했지요. 그 휴식기가 처음엔 무척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저는 이 휴식기가 또 다른 준비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시험관 실패 후 휴식기 동안 꼭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누어보려 합니다.

 

   📌 목차

해야 할 것 : 마음 돌보기와 정서 회복에 집중하기

시험관 시술의 실패는 단순한 결과 이상의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육체적 고통을 넘어,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적 무게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특히 ‘나는 왜 안 될까’,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되면 어쩌지’라는 자책은 우리 마음을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억지로 웃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애써 감추기보다, 슬픔과 아픔을 조용히 꺼내어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 혼자 울고 싶을 때는 일부러 음악을 틀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눈물을 흘린 뒤엔 조금씩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정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다시 일어설 용기도 생깁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 원장님이 난임여성들을 위한 책을 발간하고 북토크를 진행하셨는데 그곳에서 동료 난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처럼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해 성공한 사례들을 접하며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이 휴식기는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마음을 재정비하고 다시 나아가기 위한 귀중한 준비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해야 할 것 : 몸을 위한 식단과 생활 리듬 재정비

정서 회복과 함께 꼭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신체적인 회복입니다. 시험관 시술은 생각보다 몸에 많은 부담을 줍니다. 난포를 자극하기 위한 호르몬 주사, 마취, 시술 중 긴장과 회복 과정 등은 자궁과 난소뿐 아니라 전신의 피로로 이어지죠. 특히 40대 여성의 경우, 회복 속도가 20~30대보다 느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시기, 무리한 운동이나 다이어트는 피하고, 식단과 수면, 수분 섭취 등에 집중했습니다. 철분, 엽산, 오메가 3, 비타민D 등은 난자 질 향상, 혈류 개선, 자궁 내막 두께 유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들 성분이 풍부한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습니다. 하루에 채소 5가지 이상을 챙겨 먹으려 노력했습니다.

 

물은 하루 2리터를 목표로 마시며 붓기 완화와 노폐물 배출에 신경 썼습니다. 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생활 리듬을 유지하며 수면의 질을 높였습니다. 무리한 운동 대신 20~30분의 걷기를 하면서 햇볕도 쐬고,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도 풀어주었죠. 이처럼 내 몸을 ‘다시 회복하고 있는 중’ 임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휴식기의 핵심이라고 느꼈습니다.

피해야 할 것 : 자책과 비교, ‘왜 나만’이라는 생각

시험관 시술이 실패했을 때, 대부분의 여성은 자책부터 시작합니다. ‘내가 더 조심했어야 했나’, ‘스트레스를 줄였으면 됐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죠. 하지만 시험관 성공률은 아무리 최신 기술을 동원해도 100%가 아니기에, 실패는 그저 과정의 일부일 뿐이며 나 자신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왜 나만’이라는 비교와 소외감입니다. 주변 지인의 임신 소식이나 SNS에서 보게 되는 아기 사진, 가족의 무심한 한 마디는 때때로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깁니다.  그 후 저는 의식적으로 SNS를 줄이고, 필요하다면 단톡방 알림도 꺼두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무조건 세상과 단절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 만큼은 내 감정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교는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자책은 다시 일어설 힘마저 잃게 만듭니다. 이 시기에는 ‘나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나의 시간은 남들과 다를 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세요.

피해야 할 것 : 무리한 재시도와 정보 과잉

시험관 실패 후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언제 다시 시도할 거야?”입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걱정이 섞인 질문을 하겠지만, 이런 말은 오히려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앞서게 됩니다. 저 역시 40대 후반이라는 현실 속에서 ‘다음 주기라도 놓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 주치의는 “최소 1~2주기는 쉬고, 자궁 내막과 호르몬이 회복된 후 시도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충분히 쉬고 재도전했을 때 착상률이 더 좋았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인터넷, 유튜브, 블로그 등을 뒤지며 새로운 영양제나 치료법을 찾기 시작하면, 오히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불안감만 더해집니다.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지금은 ‘채우는 시기’가 아니라 ‘비워내고 회복하는 시간’ 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정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합니다. 휴식기의 목적은 다음을 위한 준비이지, 다시 불안 속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