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난임으로 인한 부부 갈등, 회복의 키워드

by 40대 후반의 시험관 도전기 2025. 6. 16.

난임으로 인한 부부 갈등, 회복의 키워드 인포그래픽

 

난임이라는 현실은 단순한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감정 표현, 책임 분담, 질문의 대화법, 그리고 공동의 성장을 통해 부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표현하기

난임 치료가 길어질수록 부부 사이에는 쉽게 말 못 할 감정들이 쌓이게 됩니다. 특히 아내가 반복되는 시술로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때, 남편은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두기만 하면, 어느 순간 서로의 입장을 오해하게 되고, 결국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중요한 건 감정을 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입니다. “나 요즘 너무 지쳤어”라는 말도, 공격적인 방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표현으로 전한다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감정을 공유하는 대화는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나의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상대방도 방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단순한 말이라도 “오늘 하루 어땠어?” “많이 힘들었지?” 같은 표현이 서로에 대한 배려가 담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표현할 때는 말보다 글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일기나 메모 형식으로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고 혹은 편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서로의 속마음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을 드러낸다는 건 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난임으로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의 감정을 묻어두지 말고, 하루에 10분이라도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보세요. 짧지만 진심이 담긴 대화는,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임을 함께 나누는 자세

난임의 원인이 어느 한 사람에게 있다고 해도, 치료는 부부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공동의 여정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내가 치료의 모든 부담을 떠맡고, 남편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갈등이 시작되곤 합니다. 특히 아내는 반복되는 주사와 검사, 수술 등의 부담을 직접 겪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배우자가 “제 때에 약 먹으랴, 주사 맞으랴 힘들지?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말해준다면, 그 자체가 큰 위로가 됩니다. 함께 병원에 가주거나, 배주사를 놓아주고 알콤솜과 사용한 주사기등을 정리해 주는 사소한 행동도 치료에 대한 '공동 책임감'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설거지나 청소 같이 일상적인 일들을 대신해 주는 것만으로도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 속 작은 배려가 누적될수록 아내는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진료 일정을 함께 체크하고, 약 복용 시간을 잊지 않도록 챙겨주는 행동은 작지만 진심이 담긴 동행의 방식입니다. 정서적인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질문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부부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리’라는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힘든 순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쌓이면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회복도 빨라집니다. 난임은 혼자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부부 갈등을 줄이는 핵심입니다.

 

오해를 줄이는 ‘질문’의 힘

갈등의 대부분은 말하지 않아서, 혹은 잘못 말해서 생깁니다. 난임 치료 중에는 예민해진 마음으로 상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 쉽기 때문에, 일방적인 판단보다는 ‘질문’을 통한 소통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보다는 "혹시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았어?"라는 질문이 훨씬 더 부드럽고 배려 있는 접근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대화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질문을 할 때는 상대방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어조와 표정을 부드럽게 해야 합니다. 공격적인 질문은 오히려 방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대화를 이끄는 좋은 출발점이며, 상대방에게 '당신의 감정이 궁금하고,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질문을 받은 사람 역시 방어적인 태도보다는 솔직한 감정을 담아 대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말이 상처가 됐어”라든지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서 그래”라는 솔직한 표현은 갈등의 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눈빛을 보내거나 살며시 손잡기 같은 행동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난임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두고도, 대화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묻고, 스스로의 감정을 나누다 보면 오해가 풀리게 됩니다.

결국 좋은 관계는 ‘답을 아는 말’보다 ‘묻는 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함께 성장하는 ‘의미’ 찾기

난임 치료는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여정입니다. 그러나 이 시간을 단지 고통의 연속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부부가 함께 겪는 인생의 도전으로 바라본다면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부는 이 시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감정을 더 많이 배우게 됩니다. 시술이 실패했을 때 서로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속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어”라는 말은 오히려 위기 속에서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결과만을 목표로 한다면 시도와 실패 속에서 지치기 쉽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그 안에 우리가 성장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겪는 어려움은 언젠가 돌이켜보았을 때 부부만의 추억과 의미로 남게 됩니다. 함께 기록을 남기고, 매달의 느낌이나 배운 점을 일기로 정리하는 것도 의미를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난임을 주제로 한 책이나 영상을 함께 보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저는 마침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 원장님이 "난임과 유산을 경험한 사람을 위한 책"을 발간하고 북토크를 진행하셔서 200명 정도의 참석자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남편에게도 북토크 때 들었던 힐링포인트들을 얘기해 주며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난임을 둘러싼 상황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의 문제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어떤 자세로 함께 걸어가느냐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서로를 지지하며 이 시간을 지나간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부부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