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치료를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체중 증가로 고민이 깊어집니다. 먹는 양은 비슷한데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식이조절도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같은 고민 속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것들을 나눠봅니다.
📌 목차
✔ 치료 중 체중이 느는 이유
시험관 아기 시술이나 인공수정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체중 증가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금방 돌아오겠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이 서서히 늘어나는 걸 막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먹는 양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살이 찌는 걸까 하는 의문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호르몬 치료였습니다.
배란 유도 주사, 황체호르몬, 에스트로겐 계열 약물 등
난임 치료에 쓰이는 대부분의 약물들이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어 체내 수분 저류와 부종을 유발합니다.
식욕이 증가하거나 평소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면서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체중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시험관 시술 성공을 위해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들으며 활동량을 줄이다 보니 칼로리 소모는 더 줄어듭니다.
저 역시 두 번째 시험관 준비 과정에서 4kg 이상이 쉽게 불어났고,
그 체중은 꽤 오랫동안 줄지 않았습니다.
입던 옷이 맞지 않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고,
체중계 앞에 설 때마다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난임 치료 중의 체중 증가는 단순히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 심리적 압박, 생활 패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 식이조절, 정말 가능한가요?
'이제라도 식단 조절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은 체중계 숫자가 올라갈수록 절실해집니다.
하지만 난임 치료를 병행하면서 식이조절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과정 속에서 식욕을 다스리는 건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호르몬 약물 복용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단 음식에 대한 강한 갈망이었습니다.
황체호르몬을 장기간 복용하면 혈당 변화로 단 음식이 유독 당기고,
공복감이 커지면서 무언가를 계속 입에 넣고 싶어집니다.
이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반응이라
억지로 참고 버티는 방식은 오래 유지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금지 대신 조절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완전히 끊는 대신 시간과 양을 정해 조금씩 먹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이 당길 땐 식사 후 한 조각 정도로 제한했고,
야식이 당길 땐 따뜻한 허브차나 물을 마시며 입을 달래보았습니다.
야식을 먹느니 차라리 일찍 잠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됐습니다.
또한 한 끼 정도는 꼭 채소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탄수화물은 아예 끊기보단 평소 양의 절반만 먹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심리적 부담도 덜하고 꾸준히 유지하기도 쉬웠습니다.
완벽보다는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 나의 실전 기록, 조급함 내려놓기
사실 처음엔 조급했습니다.
'체중이 늘면 성공률에도 나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이대로 계속 찌면 시술도 어려워지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고, 오히려 폭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겪었습니다.
그러다 상담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저를 바꿔놓았습니다.
"체중보다는 지속 가능한 생활 리듬이 더 중요합니다."
이 말에 큰 위로를 받았고, 목표 자체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살을 빼겠다는 압박 대신, 균형을 잡겠다는 목표로 바꿨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만들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억지로 먹지 않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고, 포만감을 먼저 살피면서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체중계도 한동안 멀리했습니다.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내 몸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옷이 다시 편하게 맞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체중 수치가 아니더라도 내 몸이 변화하는 걸 느끼며
이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몸과 조화를 이루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난임 치료와 체중 관리를 함께해가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방법임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