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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일정과 여행 고민

by 40대 후반의 시험관 도전기 2025. 6. 6.

시험관 아기 시술을 준비하며 늘 부딪히는 고민이 있습니다. 병원 일정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여행이나 가족 행사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여행을 포기해야 할지, 그래도 다녀올 수 있을지… 이 고민 속에서 저도 수없이 흔들렸던 경험을 나눠봅니다.

📌 목차

시험관 일정과 여행이 충돌할 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작하면 그동안 내가 계획했던 많은 일정들이 한순간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특히 여행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족 휴가, 친구 결혼식, 지인들과의 모임, 직장인들이라면 출장이나 중요한 행사등. 소중히 준비해 둔 일정들이 병원에서 내려지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앞에서는 너무 쉽게 무너집니다.

생리 시작일에 맞춰 잡히는 병원 첫 방문일, 호르몬 수치에 따라 바뀌는 배란 유도 기간, 예상보다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촉진 주사, 그리고 정확히 결정될 수 없는 채취일… 이 모든 변수가 여행 계획을 방해합니다.

이미 예약해 둔 항공권, 숙소, 동행인과의 약속들까지 ‘혹시 이번에도 취소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머리를 짓누릅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이 반복되면 ‘나는 이제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걸까?’ 하는 무력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매번 여행 계획 변경을 설명하는 것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이번에도 또 병원 스케줄 때문에 못 가게 됐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반복될수록 내 일상이 온통 시험관 치료에 매여버린 것 같아 마음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포기만이 답일까? 고민 끝 타협법

이런 현실 속에서 저도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결국 모든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됐습니다. 꼭 포기만이 답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술 주기에 따라 일부 일정은 어쩔 수 없이 조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술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명한 타협’을 시도하는 게 결국 저를 덜 지치게 만들어줬습니다.

우선 저는 생리 예정일을 기준으로 배란유도 예상 스케줄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가벼운 근거리 여행이나 1박 2일 단기 여행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항공권이나 숙소 예약 시 환불 가능한 조건으로 잡아두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해 두면 갑작스럽게 촉진 주사 일정이 당겨지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예 ‘이번 주기는 휴식기로 돌리고 여행을 다녀오자’고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휴식기를 통해 재충전한 후 다시 시술을 준비하면 마음의 여유와 체력 모두 새롭게 채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험관 여정이 몇 달 안에 끝날 일이 아님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 내가 조금 덜 지치고 덜 억울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감정관리, 내 마음 돌보는 것도 치료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마음은 요동쳤습니다. 취소된 여행에 대한 아쉬움, 반복되는 실망감, 때론 서러움과 억울함까지… 이 감정들은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동안 억지로 씩씩한 척을 했지만, 어느 날은 혼자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감정들을 억누르려고 애쓰기보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훨씬 건강하다는 것을요. 내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 여정이 주는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중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만의 작은 ‘힐링 대체 루틴’을 만들어갔습니다.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강까지 생각한 단백질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쉬기, 지구마불 세계여행이나 세계테마기행 TV 등을 보며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내보기,  산책하며 바람 쐬기, 좋아하는 찬양 들으며 침대에 누워서 쉬기, 이 작은 위로들이 의외로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응원하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잘하고 있어. 이 모든 과정을 견디고 있는 내가 참 대견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 진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시험관 치료를 하다 보면 결국 내 마음 관리가 반 이상인 것 같습니다. 포기와 타협 사이에서 내가 너무 지치지 않는 방법, 그게 결국 이 길을 오래 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걸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