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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난소나이 검사 결과 받아들이는법

by 40대 후반의 시험관 도전기 2025. 6. 5.

AMH 검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난소 나이’. 막연히 젊다고 생각했던 제 난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노화된 결과를 받아들였을 때, 혼란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수치가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과 앞으로의 준비에 대해 제 경험을 담아 이야기해봅니다.

📌 목차

 AMH 수치와 난소 나이란?

AMH(Anti-Müllerian Hormone) 검사는 난임 치료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기본 검사입니다. 이 호르몬 수치는 난소에 남아 있는 난포 수와 일정 부분 비례하여 '난소 나이'를 예측하는 지표가 됩니다.

쉽게 말해 난소의 잔여 난자 상태를 알려주는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난소 기능이 활발하다고 해석되며, 낮을수록 난소 기능 저하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보통 AMH 수치는 1.0ng/ml 이상을 정상 혹은 양호한 수치로 보고, 0.7 이하일 경우에는 난소 기능 저하, 혹은 난소 예비능 감소로 분류됩니다. 특히 35세 이후 여성들은 이 수치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을 예상보다 빠르게 경험하는 경우 충격이 큽니다. 난소 기능 저하라는 현실을 마주하면 '이제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AMH 수치는 임신 가능성을 단정짓는 절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난소 나이는 유전적 요인, 체질, 질환, 생활습관, 환경요인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비교적 AMH가 낮아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으며, 높다고 해서 반드시 쉽게 임신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 수치는 단순히 내 몸의 경향성을 알려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무엇보다 AMH 검사 결과만으로 좌절하지 말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며 나에게 맞는 관리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제 저도 이 수치를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

처음 AMH 수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수치가 낮을까’라는 자책과, '정말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특히 친구들이 결혼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저는 벌써 난소 노화라는 단어를 듣게 되니 마음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날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길고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검사지에 적힌 숫자 하나가 저를 그토록 무력하게 만들 줄 몰랐습니다. 난임 치료를 계획하고 있던 입장이라 더더욱 이 수치가 마치 희망 없음이라는 낙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밤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낮은 AMH'라는 단어만 반복해서 찾아보고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감정을 억지로 눌러두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충격과 실망, 두려움은 이 상황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는 것. 다만 중요한 건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며 현재 내 상태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배워갔습니다. 실제로 낮은 수치를 받고도 치료와 관리로 임신에 성공한 분들의 사례도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씩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정보를 알아가고 전문가와 상담하다 보면 이 수치는 시작점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걸 차츰 이해하게 됩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삶을 설계하는 법

AMH 수치를 받아들인다는 건 단순히 현실을 체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몸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난소 기능 저하가 빨리 찾아오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난자 냉동, 시험관 시술, 생활습관 개선 등 의료진과 상의하며 맞춤형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아직 자연임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건강 관리를 병행하며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 됩니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이라는 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기적인 추적 검사와 기록을 통해 난소 상태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유연하게 치료 방향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이 결과를 처음 마주했을 땐 깊은 절망감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내 몸을 이해하고 돌보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식습관 조절, 수면 관리, 스트레스 줄이기, 적절한 운동 등은 결국 난소 건강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까지 바꾸어 주고 있습니다.

AMH 수치는 결국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이 숫자가 나를 평가하거나 내 가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준비해 나간다면, 그 길 끝에서 분명 또 다른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